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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한 디자인이론

2-1 조형의 원리 : 조화와 대비 & 통일과 변화

by 지티(jity) 2022.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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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와 대비


조화

조화(harmony)란 두 개 이상의 요소 또는 전체와 부분의 상호 관계에서 그것들이 분리되거나 충돌하지 않고 서로를 보완하며 심미적으로 상승 작용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형태나 이미지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서로 닮은 요인과 서로 다른 요인을 균형 있게 조율함으로써 조화로운 상태를 얻어낼 수 있다. 형태를 구성할 때 동질적 요인을 주로 어울리게 하면 단조롭거나 지루할 수 있다. 반대로 서로 이질적인 요인만 강조되면 변화의 정도가 커지면서 형태적 불안정이나 시각적 충돌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조화로운 상태는 특정한 요인에 따라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질성과 상이성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갖고 만들어내는 총체적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 조형 표현에서 통일성이나 변화, 대비, 균형이나 리듬 등의 개념은 조화로운 상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디자인에서 조화는 여러 미적 원리를 통합한 최종적이고 복합적인 조형 원리라 할 수 있다.

| 유사 조화 |
유사 조화는 형태나 색, 방향이나 크기 등 형식적, 외형적으로 동일한 요소의 조합에 따라 나타난다. 아래쪽 그림은 스위스의 완구 회사 네프(Naef)에서 만든 유아용 장난감으로 일관된 형태와 유사한 배색을 가진 부분을 연결한 것으로, 어린이들에게 매우 부드럽고 안정적인 감성을 전달한다. 이런 형태와 색의 조화는 차분하면서도 조형적 안정감이 느껴져 융화감과 친근감을 주는 반면 단조로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대비 조화 |
색상이나 형태 등 대상을 표현하는 여러 요소의 다양한 변화를 활용해 서로 어울리도록 표현하는 대비 조화는 일본 전통 무용을 표현한 다나카 잇코(田中一光, 1930-2002)의 포스터처럼 강렬하고 화려해 강조 표현에 적합하다. 시각적인 주목과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지나치면 혼란을 초래해 오히려 통일성을 깨뜨릴 수 있다.

대비

밝은색 옆에 어두운색을 배치하면 더욱 밝거나 어둡게 느껴지도록 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형태, 색채, 질감 등의 서로 다른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간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인접하게 표현해서 서로를 강조하도록 긴장감을 높이고 주목 효과를 갖는 상태를 대비 (contrast)라 한다. 대비도 궁극적으로는 조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옆쪽 사진은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한 단풍과 원색 대비가 강한 색상을 혼합해 표현한 간판으로 시각적 자극이 강하다. 대비적 표현은 사용한 요소의 특성이 더욱 명확하게 강조되며 주의를 집중시키고 시선을 특정 부분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조형 표현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비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과장된 표현으로 흘러 그만큼 조화로움을 깨뜨릴 수 있다. 산만하거나 심하면 혐오감을 주는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절제해서 활용해야 한다.

 



통일과 변화

조화로운 표현이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요소가 잘 어울려 심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조형적 표현에서 통일된 질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시각적으로 매우 혼란스럽거나 무질서하게 이어져 표현 의도를 읽어내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통일성과 일관된 질서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변화가 읽히지 않는 형태는 매우 지루하거나 산만해 시각적 흥미를 잃게 되고 결국 시선에서 멀어져 존재감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통일과 변화는 양면적 대립 개념으로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상호 보완적 역할을 지니게 된다. 이 두 가지 개념의 균형 조절을 통해 안정성과 역동성, 조화와 대비, 규칙성과 불규칙성 등 다양한 조형적 지향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통일

통일(unity)은 형태나 색, 명암, 재료 및 기법 등의 표현 요소에서 일정한 질서가 내재한 미적 결합을 의미한다. 즉 구성 요소가 형태적으로 일관성 있게 조화를 이루거나, 여러 대상의 다양한 특징 가운데 특정한 동질성을 매개로 부분 또는 여럿이 하나의 조형적 질서로 묶이는 현상과 그 조형적 일관성을 통일성이라 한다. 즉 아름답다고 느끼는 현상 안에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부분과 전체를 유기적으로 묶어주는 일정한 조형적 질서, 바로 통일성이 숨어 있다. 디자이너나 예술가는 표현 대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가운데 서로 닮은 요소를 포착해서 효과적으로 배열하거나 조합해 전체가 일관성을 갖고 하나로 통합되도록 통일성을 표현한다. 즉 일반적으로는 형태, 크기, 방향, 색채 등 조형 요소 가운데 일부를 같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할 때 통일성을 얻을 수 있으며, 구성 요소의 상호 관계가 안정되고 정돈된 느낌을 주는 효과가 난다. 특히 원, 삼각형, 사각형 등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형태는 쉽게 통일성을 갖출 수 있다. 형태가 서로 집합을 이루고 통합되며 그 특징을 공유하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상태를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아래쪽 그림은 일정한 형태를 철저히 반복시켜 통일성을 유지한 전통 문양이다.

| 통일성을 만드는 방법 |
통일성을 만드는 구체적 방법으로는 형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과 형태적 배열의 반복이나 순환을 활용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즉 분리된 구성 요소들을 가까이 붙여 놓아 심리적으로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서로 다른 소재나 형태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함으로써 연속성을 끌어내는 방법이다. 디터 람스(Dieter Rams, 1932-)는 디자인 대상을 이루는 모양과 크기, 색과 비례 등을 일관된 구조로 반복해 디자인함으로써 형태에 질서를 부여하고 디자인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IBM과 ABC 방송국 로고를 디자인한 폴 랜드(Paul Rand, 1914-1996)는 선과 원을 주된 표현 요소로 사용해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특징이 되도록 디자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속성은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의미나 개념을 서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동질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통일성을 갖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

변화(variation)란 통일과 상반된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등의 특징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반복적 표현을 피하고 각 구성 요소가 가진 특징적 차이를 강조함으로써 나타낼 수 있다. 변화는 형태에 생동감과 활력을 주는 역할을 하며 크기나 색상 등의 형태적 차이 이외에도 비대칭적 배치나 의도적 유도를 하기 위해 표현하며, 그에 따라 방향성과 역동적인 분위기가 나타나므로 불규칙성이나 속도감, 공간감 등을 만들어낸다. 몬드리안의 작품 〈빨강, 노랑, 파랑과 검정의 구성 (Composition with Red, Yellow, Blue, and Black)〉은 직선적 형태와 면 분할을 유지하면서도 크기와 색상을 변화시켜 리듬감과 입체감을 부여했다.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Josef Müller-Brockmann, 1914-1996)은 일정한 모듈과 규칙으로 형태를 변형시켜가며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음악적 감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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