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조형 요소에는 형태, 색채, 질감, 시간 등이 있고, 나아가 형태 요소에는 점, 선, 면, 입체, 공간이 있다. 하지만 어떤 사물이든 각각의 형태가 있다. 또한 색상이나 질감이 없는 것은 없다. 따라서 형태, 색상, 질감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조형 창작을 위해 어떤 형상을 머릿속에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형태이며 이를 표현할 때도 우선 형태를 그려내고 여기에 색채와 질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형태는 조형 요소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며 점, 선, 면, 입체, 공간 같은 형태 요소에 대한 이해와 운용 능력은 조형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과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점
본질적으로 점(point, dot)은 위치만 가질 뿐 크기나 면적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디자인이나 미술에서 점은 가로세로 비율이 비슷한 작은 이미지나 사물처럼 상대적 개념으로 통용된다. 형태 요소로서 점의 사용은 위치나 밀도, 배치에 따른 경우가 많다. 점은 기본적으로 작은 이미지, 또는 물체이기 때문에 점 자체의 형상보다는 점의 위치나 배치를 조정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물체든지 축소하거나 멀리서 보면 점으로 보인다. 따라서 마이크로(micro)와 매크로(macro)의 관계를 사용할 때 활용된다. 마이크로 접근은 근접성, 본질적, 근원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점을 찍어서 그린 조르주 쇠라 (Georges Pierre Seurat, 1859-1891)의 〈서커스 사이드 쇼(Parade de Cirque)>에서 보듯 신인상파의 점묘법이나 분할주의도 더욱 본질적인 표현을 위해 이미지를 점으로 분해해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매크로 접근은 통일성 있는 모양으로 균등한 느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각각 다른 사진이 모여 갈매기의 형상을 만든 사진 모자이크 작품처럼 점 하나하나는 다른 형상이나 이미지지만 멀리서 보면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되거나 점 사이의 서로 다른 속성이 사라지고 점 전체의 집합이 주는 속성이 강조되는 식이다.
| 다양한 점 표현 |
점은 크기, 수량, 위치, 형태, 색채, 밝기, 대비, 재료 같은 속성이 변화함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점의 색채로 무게감이나 거리감의 차이를 표현할 수 있고, 크고 작은 점의 변화로 공간의 깊이를 표현할 수도 있다. 점의 열거로 방향성이나 속도감을 표현할 수도 있으며 배치에 따라 질서와 무질서를 표현할 수도 있다. 또한 점을 밀집하면 면이나 입체의 느낌도 표현할 수 있다. 작은 조형 요소지만 옆쪽 그림에서 보듯 점의 속성을 조정하면 매우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선
선(line)은 움직이는 점 하나이다. 선의 기하학적 의 길이와 위치, 미는 방향은 있으나 넓이와 두께가 없는 1차원 요소이다. 그러나 디자인이나 미술에서는 너비가 좁은 긴 면을 의미한다. 선은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 요소로, 아이가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나 화가가 크로키로 인물을 그리는 경우처럼 어떤 사물이나 이미지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모든 사물은 공간 속에 입체로 존재하지만 이를 평면에 옮겨 그릴 때는 형상의 윤곽선을 표현하기 때문에 선으로 거의 모든 사물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선을 사용해 조형을 만들 수도 있다.
| 다양한 선 표현 |
직선, 곡선, 자유곡선 같은 선의 형태, 수평이나 수직 같은 선의 방향, 굵기, 길이, 배치와 중첩 등을 변화시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연필, 콩테, 붓, 철사, 거친 실 등 재료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선으로 제작하는 직접적 대상이나 사물의 표현 범위에는 속도, 긴장, 혼잡, 간결, 평안 등 추상적 감정이나 느낌도 포함된다. 면이나 입체, 공간을 만들고 부피와 깊이를 주어 입체감이나 공간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선은 표현에 한계가 없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선의 특성과 효과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
개념적으로 면(plane)은 2차원의 영역에서 길이와 넓이를 갖는 것이며, 선을 한 방향으로 이동해 만들 수 있다. 수학적으로 정의하면 면은 깊이가 없고 길이와 넓이를 가지며 선으로 경계 지어진 표면을 말한다. 2차원에서 면은 주로 선으로 둘러싸여 지각되는 외형적 모양이며 여기에서 특정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2차원에서의 면은 주로 외형으로 이미지를 전달한다. 한편 3차원에서 면은 '부피감이 있다.' ‘거칠다.' 와 같이 융기한 정도나 형상 특징에 따라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전달된다. 그리고 2차원과 3차원 모두 면을 형성하는 재질이나 색채, 투명도 등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처럼 3차원의 사물을 디자인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고 면적이 넓은 입체를 면이라고 한다. 이때의 면은 3차원의 전체 형상을 에워싸는 표면이다.
| 다양한 면 표현 |
조형 창작에서 면은 평면적 그림을 그릴 경우에도 사용되며, 면의 절곡(折曲)이나 접합 등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면을 형성하는 외곽선의 형태, 평평하거나 굴곡진 면 자체의 요철처럼 거친 정도, 색상, 질감 등의 변화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면은 우리가 보고 인식하는 거의 모든 형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입체와 공간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입체 (three-dimensional structure)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공간(space)이다. 그렇기에 입체와 공간은 거의 모든 형태를 만들고 이미지를 표현하는 조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공간은 사물이나 물체가 존재하는 허공이며 입체는 그 허공에 존재하는 물체이다. 실제로 디자인에서 자동차, 가구, 조형물처럼 사물 자체의 기능이나 특성을 사용하는 경우엔 입체물이라 하며, 건축물이나 놀이 공간처럼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장소를 사용하는 경우엔 공간이라고 한다. 디자인에서 입체와 공간은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중력을 고려하는가에 달렸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자유로운 이미지의 세계에서는 중력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마우리츠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의 작품 〈상대성(Relativity)〉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으로 만들어낸 가상공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력이 작용하는 물리 공간 속에 입체나 공간을 구축할 때는 필연적으로 중력을 배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조나 질량, 강도 등이 고려된다.
| 다양한 입체와 공간 표현 |
입체와 공간에 색상과 질감을 더하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를 표현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무한대의 입체나 공간 속에서 디자인 의도나 목적에 맞는 형태를 추출하고 만든다. 실용적 기능이나 효용에 중심을 맞추는 것인지, 심미적 목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등 어디에 디자인의 목적이 있는지에 따라서 다른 것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목적은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대량생산을 중시하던 시대에 실용의 의미는 '생산하기 용이함'으로,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반면 포스트모던 시대의 일부 디자인은 기능주의나 합리주의를 지양하고 인간적 감성을 더 중시하는 형태를 찾기도 했다. 또한 놀이, 학습, 휴식 등의 목적이나 어린이, 성인, 남성, 여성 등 사용자에 따라서도 다른 형태를 갖는다. 이처럼 복합적 목적과 필요조건에 따라 입체나 공간의 성격이 정해진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입체와 공간에 내포된 목적, 의도, 효용 등의 속성과 함께 형태 요소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입체의 형성 |
디자이너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나 의미를 자동차, 가전, 조명, 환경물 등 다양한 입체를 통해 만들어낸다. 따라서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입체를 이해하고 생각해내며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기초적 입체 연습은 단순한 입체로부터 복잡한 입체를 발상하고 표현하는 학습이며, 이때 입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쪽 그림은 다양한 축으로 입체를 형성해 나가는 방법으로, 복잡한 입체를 발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단순한 입체 형태는 2차원 형태에 그대로 두께를 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3차원의 X, Y, Z 축으로 형태를 전개해간다. 그리고 점차 가상의 축을 추가해 복잡한 입체를 만들고 표현한다. 유기적 형태는 이런 가상의 축이 많아 복잡한 형태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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