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 눈과 색채 |
우리는 빛을 통해 색을 보며 우리 눈이 인식할 수 있는 빛의 범위인 가시광선은 단파인 보라색 380nm부터 장파인 빨간색 780nm까지이다. 우리 눈에 산과 강, 하늘의 색이 수시로 다르게 보이는 것은 자연물이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에 빛이 전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빛이 눈의 각막에 전달되어 안구와 수정체를 거쳐 망막에 상이 맺힌다. 빛이 각막을 거쳐 동공에 이르렀을 때 빛의 밝기에 따라 축소나 확대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카메라의 조리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안료의 삼원색과 빛의 삼원색 |
원색은 혼색을 통해 만들 수 없는 색이다. 안료의 삼원색은 CMY로 표시되는 시안(cyan), 마젠타(magenta), 옐로(yellow)로 이를 적절히 섞으면 거의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다. 안료의 삼원색을 모두 섞으면 검은색이 되고 이를 감법혼색(減法混色)이라 한다. 빛의 삼원색은 RGB로 표시되는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으로 빛이 없을 때는 검은색이 되며, 모두 섞으면 흰색이 된다. 이를 가법혼색(加法混色)이라 한다.
색채 심리
색은 물리적 파장에 따라 늘 동일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색이 놓인 주변 환경과 해당 색을 보는 이의 기억, 문화적 배경 등 심리적 영향에 따라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색채는 대비, 조화, 동화, 연상 등의 현상으로 원래 색보다 좋거나 무겁거나 차갑게 느껴진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이런 현상은 물리적 수치나 원칙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비에는 색의 삼요소에 따라 명도 대비, 채도 대비, 색상 대비가 있다. 흰색 위의 회색은 검은색 위에 놓인 같은 명도의 회색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또한 빨강 위의 주황은 노랑 위의 주황보다 더 노란 기운을 띄어 보인다. 대비는 각각 분리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나 세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옆쪽 그림에서 보듯 특정 색은 옆에 오는 색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명도나 채도, 색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 온도, 무게, 크기 |
색채에는 따뜻한 색인 난색과 차가운 색인 한색이 있다. 색상환에서 노랑부터 붉은 보라까지의 빨강 계통이 난색, 연두부터 푸른 보라까지의 파랑 계통이 한색으로 주로 색상의 영향이 크다. 명도가 높은 색은 가벼워 보일 수 있고 실제 크기보다 크게 느껴진다. 명도가 낮은 색은 무거워 보이며 실제 크기보다 작게 느껴진다. 가벼워 보이는 색은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을, 무거워 보이는 색은 중후하고 안정감 있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므로 포장 디자인, 실내디자인, 의상 디자인 등을 할 때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도색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나타난다. 색상은 명도에 비해 무게감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나, 똑같은 옷이라도 한색이 같은 명도의 난색에 비해 무거워 보인다. 같은 색상일 경우 채도가 높은 색이 커 보인다.
| 연상 |
연상은 그 색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 등이 그 색에 투영되는 것으로 심리학에서는 색이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와 관련 있다고 보기도 한다. 파란색은 옆쪽 그림처럼 밝게 쓰였을 때는 희망이나 젊음을 연상할 수 있으나, 그 아래 그림처럼 어둡게 쓰였을 경우에는 우울하거나 침체한 느낌을 나타낼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의 〈장님의 아침 식사(Breakfast of a Blind Man)〉는 화면 전체를 어두운 파란 색조로 표현해 빈곤층이나 사회적 약자의 고독과 참상을 연상시킨다.
질감
질감(texture)은 물체의 표면이 주는 느낌이다. 재질 자체, 표면의 거친 정도나 입자의 크기, 시각적 표현 등으로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 재질 자체의 차이는 고무, 목재, 유리, 금속, 얼음 등이 주는 느낌이 모두 다른 경우이다. 거친 정도나 입자의 크기에 따른 차이는 돌의 표면을 정으로 쪼아서 거칠게 만들거나 가공해 매끄럽게 다듬었을 때의 차이다. 반면 시각적 표현에 따른 차이는 패턴의 크기나 밝기, 또는 패턴 자체의 모양에서 생기는 것으로 실제로 거친 정도나 매끄러운 정도에 있는 게 아니라 심상에 느껴지는 표면의 느낌 차이를 말한다. 이런 실물이 주는 시각적, 촉각적 실제 느낌과 추상적 이미지 모두를 포함해 표면이 주는 느낌을 질감이라 한다. 질감은 형태, 색상과 함께 사용되며 극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거친 질감은 격정적이거나 역동적인 느낌을 더해줄 수 있고 매끄러운 금속 질감은 차갑거나 이지적인 느낌을, 가죽의 부드러운 질감은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질감은 재료에 따라 차가움, 매끄러움, 부드러움, 거침 등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일상에서 다양한 사물을 접하며 학습하고 축적되어온 이미지의 기억을 이용해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맛있는 음식 사진을 보고 군침을 흘리게 되는 것이 시각과 미각이 연계되어 학습된 기억이 있기 때문이듯, 질감은 일상생활 속에서 형태와 함께 경험하고 학습된 기억을 연계해 시각적 자극만으로도 촉각에 대한 기억을 불러내고 촉각적 이미지를 갖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암석 같은 형태에 솜 같은 질감을 표현해 인간의 감각 기억과 상반되는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복수의 질감 특징을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처럼 질감은 단순히 자연물이나 인공물의 실제적 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는 이미지에 따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질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술 작품은 이런 인위적 질감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작품을 비롯한 뒤쪽 그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만들어낸 질감이다.
이런 특성을 디자인에 활용하면 무궁한 가치를 창출한다. 제품의 외관을 이루는 표면 소재 개발에서도 질감 표현을 활용한다. 자동차 내장재로 사용하는 소재가 자동차의 격과 가격대에 따라 다르듯 촉감이 제품의 고급스러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졌다. 많은 이가 고급스럽다고 느끼는 특정 가죽을 제품에 사용하고 싶지만, 대량 공급이 곤란할 때는 인공적으로 이와 유사한 질감을 지닌 소재를 만드는 등 새로운 질감의 소재를 개발해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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